변호사배상책임보험
2014/09/19 페이스북에 올린 글
변호사배상책임보험 이것이야말로 공익을 위하여 변호사단체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하지 않고 변호사단체가 공익활동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하다 못해 화물공제조합도, 버스공제조합도, 부동산공제조합도 있는데 변호사가 왜 이것이 없는가? 말도 안 된다. 버스 사고 난 사람 운전수 상대로도, 버스회사 상대로도 손해배상 구할 필요도 없고 운전수 돈 없고 버스 회사 망할까 우려 안해도 된다. 공제조합이 잘 준다. 그런데, 변호사 상대로 소송하는 사람은 변호사 망하면 끝이다. 돈 없어 배상 못하는 변호사는 감옥으로 직행한다.
변호사배상책임보험을 변호사단체가 직영하는 것은 첫째 일반적인 배상책임보험에서와 같은 이점을 고객에게 준다. 즉, 변호사가 배상책임을 지게 되었지만, 변호사에 대한 채권자가 아무것도 받을 것이 없는 상황을 개선한다. 변호사는 "잘 살고 재산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가정이다. 변호사가 배상책임을 지게 될 정도라면, 막상 그 변호사는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하여 직업상의 의무에 전념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 상황은 바로 변호사가 무자력인 상태로 거의 자포자기였음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이 없다면, 피해를 입은 고객이 너무나 불쌍하다.
둘째, 민간 보험회사에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것은 임의가입을 뜻하고 임의가입일 때에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배상책임을 지더라도 스스로 마련할 자력이든 자신이든 있는 변호사, 또 지극히 주의를 잘 기울이는 변호사는 굳이 먼저 가입할 필요가 없다. 웬지 모르게 배상책임을 질 것 같은 변호사들이 먼저 나서서 가입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의 보험회사는 변호사의 배상책임보험료를 올리게 될 것이고, 이것은 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하는 변호사에게 가입을 주저하게 한다. 결국 보험시장은 좁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것을 막기 위하여 다른 사회보험이 그러한 것처럼, 모든 변호사가 강제가입하게 되면, 합리적인 한도로 보험료가 줄어들 수도 있다.
셋째, 변호사단체가 직영하면 도덕적 해이도 준다. 왜냐 하면, 변호사단체는 보험가입자인 변호사의 행위가 적절하였는 지 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배상책임을 지게 됨에 있어 과실의 정도를 가려 향후 보험료의 산정에 참고하기에 적절한 전문성을 변호사단체는 가지고 있다. 이것은 변호사단체가 가지는 징계권과 연동될 가능성을 열어두면 더욱더 강하게 보험가입자인 변호사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피보험자인 고객이 변호사단체에 보험금을 청구하기 전에, 변호사는 징계를 피하기 위하여 스스로 협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는 자신이 파산을 피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사소한 배상청구에는 스스로 응할 것이다. 이 가정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소손해면책(copayment)을 그래도 상당한 금액으로 정하면 되는 것은 일반의 보험과 같다.
예전에는, 변호사 단체가 책임보험을 직영할 정도의 규모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거두어들이는 회비가 무척 많다. 변호사공익활동 감시라든가 이런 쓸데 없는 활동에 쓸 예산 전용해도 약간의 회비 전용으로 변호사배상책임을 위한 공제회 운영할 규모가 된다.
삶에 찌들어 변호사 업무 전념하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거액의 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변호사들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들이 민사법상 책임을 진다고 해도, 많은 경우 그들에 대한 채권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가치 없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윤리기준 때문에 또 많은 변호사가 감옥으로 간다. 그러고도 변호사를 믿고 사건을 맡겼던 사람은 보호 받지 못한다.
이런 일이 줄도록(근절이야 되겠는가?) 하는 것이, 변호사단체의 국민에 대한 봉사이고, 또 회원인 변호사의 권익을 신장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민간 보험회사에 구걸할 필요가 없이, 이제 대한변호사협회가 나서서, 변호사배상책임보험을 직영하는 것이 도리이다. 내 생각에는 다른 활동 다 집어쳐도 무방하다. 너무 물신주의적인 발언인 지 모르지만, 다양한 시대에 실속 있는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리비용? 그것은 지금 하고 있는 엉뚱한 활동을 제외하고 그곳의 인적, 물적 자원을 전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개별 변호사가 착한 일 하는 지 안 하는 지 철저하게 가리는 비용, 보고를 안 받으면 일년에도 몇 차례 씩 전화를 해서 왜 공익활동 안했느냐고 따지는 직원 인건비 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