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은 정직하게, 우직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주력 회사의 회생신청을 했습니다. 아직 계열사인 다른 회사는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계열사 거래 은행에서는, 대표이사인 본인에게, 현재 겸임 중인 계열사 대표를 바꾸고, 주식도 다 양도해 놓는 것이, 계열사 대출 연장에 좋겠다고 조언합니다. 망설여집니다.

A.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보통은 안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있겠습니다만, 파산/회생이라는 컨텍스트 하에서라면, 현상유지가 제일 좋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죽을 짓을 애써서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계열사 대표를 바꾸고 나면, 그것은 성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회사 관리인이 안 되는 수가 있고 계열사 새 대표는 자기 길을 갈 것입니다. 그나마 있는 재기의 터전인 계열사를 날리는 수가 있습니다. 잘못하면 징역 가는 빌미도 됩니다. 새로 대표가 되는 사람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 이 질문에 일단 성실하게 답변해 보십시요.

 

둘째, 조직 유지 문제입니다. 모든 새 권력은 어느 정도 전임자를 비난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신이 관리인과 계열사 대표에서 떠나는 순간, 후임자들은 당신의 흠을 찾을 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소송 당하고, 고소 당하고, 징역 가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새 대표로 내정한 사람이 어벙하고, 귀하와의 인정상 그럴 리 없다고 가정하지 마십시요. 말씀하신 길은 죽는 길입니다. 어릴 적 (일본 원작) 기업만화에서 본 허구가 현실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셋째, 지금 상황에서 은행은 당신의 편이 아닙니다. 반대편의 말을 듣는 결과는 비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휴전선 이북의 방송을 듣고 와서, 남쪽의 지휘관에게 "저쪽에서 이렇게 하라는데요"라고 말하는 병사와 비슷합니다. 그냥 파산 변호사 말을 들으십시요.

넷째, 공식적인 법률을 너무 믿지 마십시요. 위기상황에서 법률은 당신의 친구가 아니라 적으로 다가옵니다. 법이 아니라 돈을 믿어야 합니다. 많은 경우 법의 보호는 충분하지 않고,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운영자금 마련해 오는 것은 법을 위반해도 봐 줄 수 있지만, 자금을 유출하면서 법 위반하면, 그것에 대하여는 가차 없습니다.

다섯째, 하나의 규칙 위반(인지아닌지 모르지만 조금 부정직해 보이는 행동)은, 이 자가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행동을 늘 저지르는 자라는 편견을 법원과 이해관계인에게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사나 형사 판사는 처음 물건 훔치는 사람이 붙잡히는 예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십번만에 '초범'이라고 잡혀 옵니다. 한 번 잡혀 온 사람에게 세상의 시선은 가혹합니다. 채권자 몇 명(경우에 따라 부하와 내통하고 있음)이 작당하여 법원에 민원 넣으면 제3자로 관리인 선임합니다. 멀쩡한 회사에서 밀려납니다.

여섯째, 물론 늘 정직하게 살라는 것은 아닙니다. 약간 부정직하게 보이는 행동이라도 그것으로 돈이 생기고, 그 돈을 사업재건에 쓸 수 있다면, 그것은 말리지 않습니다. 대승적으로 보아, 정직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해 보았자, 결국 사업하면서 종업원 주고 이자 주고, 물건 값  줄 터인데, 그것이 무엇이 문제입니까. 근데, 지금 귀하가 말씀하신 것은 돈 들여서 부정직하다는 인상을 주고,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사업을 가져다 바치는 행위입니다. 내 돈 들여 다른 사람에게 가져다 바치니, 천당은 갈 지 모르겠다만. 사람들은 변호사에게, 사해행위취소의 요건이 되는 지, 횡령이 되는 지, 관리인이 되는 지 이런 것들을 물어오는데, 나는 그런 테크니컬한 사항 말해야 못 알아듣기도 하고 도움도 안 되니, 제발 "정직하게 우직하게 가자"고 합니다. 그런데, 내 말 안 듣는 사람들이 90% 정도는 됩니다. 그리고 나서 1년도 못 가서 후회하는데, 그 때 가서는 "그때 내게 왜 이런 이야기 안했냐?"고 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회생이든 파산이든 정직하지만 불운한 기업인을 돕기 위한 것으로 가정되어 있습니다.이 룰에서 벗어나게 되면, 이 절차는 당신의 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