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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일박이일이었습니다 2

여행 이야기

by 김관기 변호사 2022. 9. 1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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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가 집결하기로 한 것은 산 밑 버스정류장이었습니다. L선배는 동반하여 산에 갔다가 H선배를 놓친 P씨에게서 먹을 것 좀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승용차로 이동하는 길에 읍내 편의점에 들르니 5시 무렵에는 닫혀있었습니다.
다시 차에 올라 가는 길 면 소재지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편의점은 제법 컸고 점포 앞에 피크닉테이블도 있었습니다. H선배 가족을 포함하여 일행은 컵라면 같은 것으로 요기합니다. P선배 살아계셔야 한다는 일념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많이 불안합니다. 산에서는 늘 저체온증의 위험이 있거든요.

현장에는 수색예정시간 6시를 앞두고 소방관들, 경찰관들, 군인들이 나와 있고 좁은 길 통행하는 차량들에게도 수신호로 유도하기도 합니다.

소방관들, 병사들, 경찰관들은 119구조차, 장갑차, 순찰차, 버스를 타고 도착했고 제각기 차량에 분승하여 사고지점을 행해 임도를 따라 나아갑니다.
헤겔은 말을 탄 세계정신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그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차를 탄 국가를 보고 있다는 생각도 느닷없이 나옵니다.
이 분들에게 엎드려 절하고 싶은 생각까지 드네요.
이 분들이 대기하고 훈련하다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위함해졌을 때 출동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인데 그동안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드론 조종사도 장비를 싣고 올라갑니다.

이제 하염없는 기다림입니다. 8시 조금 넘어 속초에서 K회장님 내외가 오셨고, 9시 무렵에는 여성분들을 모시고 휴식을 위해 면사무소에 잠깐 다녀옵니다. 현지의 파출소장님은 여성이신데 친절하게 저 산 속에서 일주일 동안 버틴 사람도 있다고 용기를 주십니다. 민방위복 입은 공무원들도 산으로 출동합니다. 구조견들을 태운 차들도 올라갑니다.

10시 16분 경 슬픈 소식이 전해집니다. 현장지휘소에서개방해 놓은 무전에 H선배가 먼저 가셨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모인 친지와 가족은 오열하고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출동하였던 분들의 노력이 무위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나중에 들으니 고인을 험한 계곡에서 탐지견이 찾아냈다고 합니다.
헬리콥터가 출동하였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를 쓰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슬픔에 젖어 경황이 없는 유족이 의사의 검안, 경찰의 수사, 검사의 지휘 같은 법적 절차 장례식장 수배와 부고 같은 현실적 문제에 당면하는 것을 약간, 아주 약간 돕고 어느 정도 상황이 안정되는 것을 보고 L선배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돌아옵니다.

긴 일박이일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8시 5분전인데 L선배가 전화를 주십니다. 예약해 두었던 서울의 장례식장으로 출발했다네요. 낮에 잠깐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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